나는 일단 상담사가 가장 잘 맞았다. 왜냐면 의사는 처음에 진단할 때 말고는 말이 상담이지 그냥 약을 처방하러 가는 느낌이 더 크다. 잘 지내셨어요? 잘 주무셨어요? 못 주무셨어요? 그게 기간이 며칠이나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물어본다. 의사들은 상담사나 사회복지사들처럼 내가 이런 부당함을 느꼈고 내 감정이 너무 슬퍼고 아팠다는 얘기 따위는 관심이 없다. 과학적으로 눈으로 보일 수 있는 얘기를 좋아한다. 진단할 수 있는 얘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잠을 잤다는 얘기나 못 잤다면 몇 시간인가. 사실 정신이 아파서 그런 걸 신경 쓰기 어려운데 의사들은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약 타러 가는 순간순간 어려움을 겪었다. 뉴스에도 나왔을 정도로 제법 오래 된 복지다. 돈만 주는 것이다. 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