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조울증 덕에 만난 사회복지사, 상담사, 정신과 의사에 대해서. 차이 비교.

lesbian-life 2024. 6. 25. 19:57

 나는 일단 상담사가 가장 잘 맞았다. 왜냐면 의사는 처음에 진단할 때 말고는 말이 상담이지 그냥 약을 처방하러 가는 느낌이 더 크다. 
 
잘 지내셨어요? 잘 주무셨어요? 못 주무셨어요? 그게 기간이 며칠이나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물어본다. 의사들은 상담사나 사회복지사들처럼 내가 이런 부당함을 느꼈고 내 감정이 너무 슬퍼고 아팠다는 얘기 따위는 관심이 없다. 
 
과학적으로 눈으로 보일 수 있는 얘기를 좋아한다. 진단할 수 있는 얘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잠을 잤다는 얘기나 못 잤다면 몇 시간인가. 사실 정신이 아파서 그런 걸 신경 쓰기 어려운데 의사들은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약 타러 가는 순간순간 어려움을 겪었다.
 

뉴스에도 나왔을 정도로 제법 오래 된 복지다. 돈만 주는 것이다. 정신과 진료하고 주민등록증이랑 진단서랑 약국 처방전이랑 등등 뭐가 엄청 많다. 너무 많아서 한 번 빼먹은 적도 있었다.
 
인간의 행복은 돈 말고도 여러 가지가 바뀌면서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용해 본 건 돈만 받아본 게 다라서 슬프다. 물론 돈 좋지.. 좋은데.. 쩝.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40306028379739

경기도, 정신건강 치료비 ‘마인드케어’ 청소년까지 확대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기자 경기도가 6일 정신건강 취약계층인 청년·노인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외래 치료비를 지원하는 `마인드케어` 사업 대상자를 청소년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www.ekn.kr

 
 
 
상담사.
 
상담사들은 내 사연을 쭉 얘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순간순간 감정에 공감도 해주고 내가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과제를 줬다. 식사를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당연하지만 힘들면 못하는 것들을 시킨다. 
 
 
사회복지사.. 
 
사실 내가 가장 실망한 건 정신건강 사회복지사였다. 지원금을 받으러 갔는데 정신과 의사들도 안 하는 막말을 했다. 뭐.. 공무원이 사람을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지쳐서 그런 소리를 할 수도 있는데..
 
"조울증. 하. 그거 다 이겨낼 수 있는 병이에요. 약만 먹으면 잘 이겨낼 수 있는 병이에요. 치료받으셔야 해요." 라면서 쉬운데 왜 못하냐는 식이었다.
 
아무리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더라도 그렇지 그렇게 쉬운데 왜 못 하냐는 식은 정말 실망이었다. 나는 그래도 아프면 만나주겠다는 직업군들은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은 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함께해 보자.. 뭐 이런 식으로 나를 위로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의 잘못인 거 마냥 말해서 속상했다. 
 
상담도 내 슬픔에 대한 관심 보다도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잘 가져왔는지 물어보는 게 더 많았다.. 정말 같아 보이지만달라보이는 직업들이다 허허... 
 
중고등학생 때 위클래스 상담은 받아봤다. 그때는 좋지 않았다. 정말 대충대충 하는 느낌이라.. 사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충대충 하는 걸까..? 음... 최선을 다한 거겠지..? 그냥 내가 더 많은 서비스를 원했던.. 거겠지..? 아무튼.. 그리고 대학 와서 받았는데 나는 대학 와서 좋은 상담사 분을 만났다.
 
상담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너무나 그 만족감이 달라지는 거 같다. 내가 통찰 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오래 상담을 받아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은 확실히 별로 인 거 같다.. 그 유형을 적어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조울증 진단을 받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나처럼 상처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1. 당연하지만 공감하려는 노력도 안 하는 사람.
설렁설렁.. 대충대충 대답하는 것이다. 내 얘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단 1도 들지 않는 사람. 정말... 시간 버리는 짓이다. 도망가길.
 
2. 자신의 편견을 막 얘기하는 사람. 내가 이야기 하고싶은데 상담자가 내 발언권을 뺐는 경우.
내 다양한 사연중에 레즈비언으로 지내면서 슬펐던 이야기에 "안 쫓겨났어요? 대단하다. 좋은 집이네. 성소수자들은 안 죽은 게 다행이죠. 요즘 같은 시대에.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뭐 이런 식으로 안 물어본 자신의 의견을 막 말하는 사람이었다. 
 
3. 입이 싼 사람.
그러니까 내 비밀을 막 얘기하는 사람. 상담자의 자질이 없는 사람. 
 
꼭 피해라. 
 
 
정리
정신과 의사 - 과학적으로 진단이 가능한 이야기를 듣고싶어함. 진단을 위한 상담만 있을 뿐 감정적인 상담은 없다.
상담사 - 생활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함. 내가 원했던 상담.
사회복지사 - 지원금을 받기 위해 서류를 받을 분. 정신과 의사와 비슷하게 상담을 해줌. 딱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