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숙한 세일즈'와 '정년이'드라마가 종영했다. 정숙한 세일즈는 원작은 못 봤다. 하지만 굉장히 잘 봤다. 최근 나온 한국드라마 중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반면 정년이는 원작을 봤었다. 기대가 컸지만 엔딩까지 슬픔을 잊지 못했다.
드라마 적으로만 생각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예술에 집중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하지만 '정년이'원작에서 말하는 게 무엇인가.
페미니즘적인 부분들, 여성을 가부장제에 가둬도 끝까지 저항하면서 자유로운 여성들이다. 세상에 반기를 들고 예술을 하는 여성들이다.
실제로 여성국극 배우들 인터뷰에서도 그렇지만 여성 차별 속에 여성국극은 역사속으로 묻혔다. 하지만 원작작가는 웹툰에서라도 여성국극의 인기가 계속 됨으로 여성들이 쭉 자유롭고 행복하게 끝났다.
결혼을 하면서 끝내지 않았다. 하지만..

주란이가 결혼을 한다. 원작가 너무 달라진다. 부용이 서사를 주란이가 가져간다.
드라마에 '각색'이 있으니까 당연한거 아니야?
그러면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게 무엇인가. 아무리 각색을 해도 결국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이었다.
결혼으로 드라마가 그걸 다 무너뜨렸다.
주란이 한 명만 그렇다고 쳐도 왜 결혼으로 여성을 끝내는가? 자신의 선택이니까 냅두라고?
그러면 주란이 엄마가 여자가 결혼하는 건 당연하다는 듯한 대사를 넣지를 말거나 주란이 진심으로 정년이를 사랑하는 걸 넣거나.
주란이 정년이가 잘하는 건 맞지만 원작이든 드라마든 정년이가 드라마를 좋아한다. 여성들의 꿈을 결혼으로 다 망가졌다고 결론에서 끝낼거면 왜 그렇게 홍보를 했으며 지금까지 각색은 다 그렇게 한 걸까?
시청률 축하한다. 배우들이 열연으로 더 인기 많아지는 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성이 결혼으로 꿈이 다 망가지는 걸 보여준다. 여성들의 선택이라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다 잘 살아야 한다. 억압 속에서 여성의 꿈이 무너지는 걸 보여주니 안타깝다.

여담으로 드라마 자체가 부용이의 서사와 연관있다고 느꼈다.
부용이 아빠는 그대로 나오는 것도 기가 차고. 부용이는 지워졌기 때문에 권부용 아빠가 그대로 '쌍탑전설'을 올린다.
사진은 웹툰의 한 장면이다.
저항하는 부분들이 지워졌다. 하...

현재 네이버는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웹툰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tvn은 '불타는 매입'이라면서 불매하는 것을 조롱했다.
부용이를 빼면서 '쌍탑 전설'내용은 그대로 살렸다. 기업들의 반응과 페미니즘(여성들의 저항)이 사라진 건 정말 안타깝다.

배우로 계속 이어가는 주란과 영서의 원작 장면이다. 드라마는 완전히 달라졌다. 웹툰 속 여성 서사와 드라마 속 묘사는 완전히 달라졌다.
둘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그러면 왜 정숙한 세일즈는 칭찬을 받는 걸까?

정숙한 세일즈 속 인물들은 단 한 번도 강요가 없다. 모두가 기다려준다. 사람을 존중한다.
일을 하는 것, 연애를 하는 것까지 모두 다 상대방이 존중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묻고 대답할 시간을 기다린다. 그 어떤 악인도 없다. 그저 사람이라서 툴툴 거리고 짜증은 낼 수 있어도무조건 적인 악녀는 없다.
거기다 사랑하니까 '내가 하고싶은 걸 포기할게'같은 건 따위 없다.
남자쪽도 여자쪽도 다. 캐릭터들도 꼭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 다 아픔이 있다. 죄수인 남편, 미혼모, 아이를 해외로 강제로 보내게 된, 불륜 등.
이 아픔에도 상처를 아물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진짜로 내가 하고싶은 걸 찾는다.
사진 속 정숙은 도현과 잠깐 헤어질 시간을 가졌다. 그 4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공한다. 여전히 둘은 사랑하고 만난다. 잠깐의 이별이 있을 수는 있다.
그 속에서 여성이 사회적 여성성에 남아 있기 보다는 '인간'으로 남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화에 시련이 있다.
엔딩까지도 사람들이 불법이라고 신고해서 여러 시련을 겪는다.

여성들은 계속 일을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꿈을 유지한다. 어떤 식이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 자신이 행복한 방식으로 뭉친다.
인간은 나를 알아봐주고 마음이 맞을 친구들과 함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하다. 사회에 계속 속하고 존중받는게 중요하다. 분리 당하기 보다는 계속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니까.
자신의 생각도 잘 말하고 먹고 사는 문제도 괜찮아야 하고.
사업을 하면서 머리도 쓰고 그 과정 속 창의력은 발휘하는 것도 당연하고.
정숙한 세일즈의 시작은 '여성의 성인용품'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결국 '여성이 인간 답게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꽉 찬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1화에서 겁먹던 정숙은 엔딩에 자신을 편견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들에게
날아올라서 넘어가면 되죠.
라는 말을 한다. 캐릭터는 결핍을 가지고 성장했다. 보는 나도 흐뭇해지고 행복해진다. 이 드라마는 결국 결핍을 가진 나에게도 위로를 준다. 꿈을 가지고 계속 해내도 된다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이 메시지에서 오는 감동을 좋아한다.
여성 시청자들은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무얼 보고 싶은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살인을 하든 (악한 일을 하는 여성이든) 뭘 하는 여성이든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부장제에 갇히는 것 보다 결국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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