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공황장애 의심진단을 판정 받았다.

lesbian-life 2024. 8. 4. 18:38

  나는 불안감을 참 잘 느낀다.
 
 성인이 되고 일하면서 점점 심해졌다. 사회는 내 실수를 용서 해주지 않는다. 나의 사소한 실수에도 자기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어쩌다 보니 나이가 들었고 신입보다 먼저 들어왔지만 전문성보다는 꼰대로 성장해 나간 사람들이 더 많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푸는 스트레스를 적당히 나도 그들의 불만을 잊으면서 사회생활을 이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공황장애.. 연예인들이 심경고백하면서 언급하는 걸 많이 봤다. 이게 내 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일단 내가 느낀 공황에 대해서 이것저것 얘기해보겠다. 
 
 
 일단 그 날은 매우 피곤했다. 왕복 4시간에 일을 하며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 갇혀있었다. 뭐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었다. 퇴근 하려는데 일을 주는 건 기본이었고 집에 도착해도 그 시킨 일을 했기에 오후 12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했다. 거기다 그 날은 높으신 분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이 발표를 맡기 전에도 이미 발표를 한 번 했고 정말 눈에 눈물방울 가득하게 욕을 먹었다. 비속어를 쓰지 않았다 이 뿐이지 정말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기본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나는 이 일상 속에서 또 발표를 할 생각에 불안했다.
 
 나는 거기다 생리를 하고 있었다. 탐폰이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 샐 거라는 불안감은 없었지만 생리를 하는 중에 뭘 해도 그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찝찝함까지 나와 함께했다. 
 
 대본을 준비했지만 내가 뭐라고 한 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머리가 하야다. 지금도 그때 내가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 발표가 끝나고 높으신 분들이 내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퇴근 시간도 15분이나 더 늦어졌다. 직장인 퇴근 시간은 일단 겨우 휴대폰 할 공간만 있게 바싹 붙어있어야 하는 점도 짜증나지만 정말 미친듯이 사람들이 나를 치는데 거기에서 불쾌감이 크다. 6시에 빠르게 퇴근해도 그 불쾌감을 더 느낄까 말까 한다. 15분이나 늦어진 상황에 높으신 분들께 잘 되라는 소리를 듣느라 탐폰도 못 갈았다. 짜증나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래 끝났어. 끝난거야. 잘했어. 수고했어.'하고 나 자신을 속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응원도.. 나 자신을 안정시키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탐폰을 갈려고 딱 변기에 앉았다. 당연히 속옷은 내리고 있었다. (이건 이제 밑에 왜 먼저 언급했는지 설명하겠다.) 끝났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보였다. 이 한숨을 쉬자마자 갑자기 내가 제대로 어떻게 숨 쉰걸까 잊었다. 계속 격한 숨을 쉬게 되었다. 과호흡이라는 것도 듣기만 했는데 과호흡을 하게 되었다. 나도 황당했다. 계속 '이게 뭐지'라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너무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렸다.그랬더니 휴대폰이 떨어지면서 시간이 보였다. 내가 과호흡만 5분이나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더 놀랐다.
 
 이제 이게 뭐지?라는 생각보다는 '나 이렇게 죽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회사 다니면서 우울감이 컸다. 그건 사실이다. 회사 다니기 전에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면서 퇴근 하는 길에 아무도 위로 해주지 않는데 크게 울었다. 울면서 돌아갈 수 없다면 끝내고 싶었다. 시도 할 체력도 용기도 없어서 속으로 생각만 했다. 하지만 과호흡으로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커지니까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살고싶은데 정말 죽을 거 같아서 무서웠다. 
 
과호흡을 하게 되면 숨을 못 쉬기 때문에 힘든 것도 힘든 것도 있지만 팔을 못 움직이게 된다. 팔이 마비 된 거 같다. 손가락이 하나도 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내 팔이 어느 새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냥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그 공간에 갇히게 되었다. 그 숨막힘에 계속 갇히게 되었다. 누가 제발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기 위해 손가락 뼈 부러져도 119에 신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19를 눌러 신고했다. "네 신고자분."하고 전화상담원에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나는 제정신아 이너았다.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그러면서 또 숨을 쉬지 못했다. 그러자 전화상담원분이
 
"네? 뭐라고요? 신고자분 숨쉬세요! 숨! 뭐라고 하는 지 안 들려요! 안 들립니다! 못 알아듣겠습니다! 숨쉬세요! 숨!"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해서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달라니까요!"하고 소리쳤는데 전화 상담원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일단 살고 싶으니까 시키는대로 했다. 겨우 숨을 쉬면서 말했다.
 
"숨이 안 쉬어져요.. 손이.. 손이 안 움직여요.. 미치겠어요. 죽을 거 같아요. 살려주세요!"
 
이 말을 한 이후 다시 과호흡을 했다.
 
"네. 손이 안 움직이신다고요. 신고자분 숨 쉬세요 숨! 네 알겠습니다. 신고자분 지금 어디세요?"
 
 
 다시 이 순간을 생각하니 또 손이 떨리는 거 같다. 하지만 지금도 과호흡으로 힘들 사람들이 이게 절대 나 혼자의 이상함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러니 열심히 적어보겠다. 
 
 어쨌든 그렇게 말씀하셔서 내 회사 이름이랑 화장실에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상담원분은 계속 숨쉬는 거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혹시 지금 여자화장실에 계시면 주변에 누구 있나요? 문을 열 수 있으세요?"
 
 진짜 힘든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급대원이 남자 말고 여성들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남성들이 오면 내가 지금 속옷을 내린 모습을 보이겠구나. 119를 신고하면서 손가락 뼈가 안 부러진 거 보면 이것도 힘내봐야겠다.
 
"네.. 해볼게요. 제발 와주세요.."
 
하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미 출동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가겠습니다."
 
 
 신고 전화가 끝나고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바지를 올렸다. 그리고 벽에 기대고 있으면서 과호흡증세를 보였다. 그러자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자분? 여기 계십니까?!"
 
 정말로.. 나는 무교지만 그때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구원자의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나는 겨우 화장실 문을 열었다.
 
화장실 빛과 함께 구급대원의 얼굴이 보였다. 화장실 빛이 구원자의 얼굴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든 생각..
 
'아. 이제 살았다.'
 
 
 구급대원분은 나를 부측해서 편하게 벽에 기대어 앉게 해주었다. 그리고 혈압을 재면서 제대로 숨쉬는 거에 대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계속 말로 언급해줬다.
 
"환자분은 절대 이상한게 아니에요. 저희 오늘만 과호흡 증세 있으신분 세 분이나 만났어요. 절대 죽지 않습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단 30분동안 계속 이렇게 숨 쉬셔야해요"하고 옆에서 같이 숨을 쉬었다. 
 
"혈압은 정상이시네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계속 숨을 쉬어볼까요~"하고 혈압을 잰 이후에도 숨을 쉬었다. 구급대원분이 보기에 말을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이것 저것 물어봤다. 과호흡 증세가 있기 전에 뭘 했냐, 먹는 약이 있냐. 라는 질문들.
 
 나는 만성질환자다. 만성질환 약 얘기를 했다. 그 약이 부작용으로 과호흡 증세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혹시 오늘 아침에 약을 먹었는지도 물어봤다. 나는 약을 꼬박꼬박 먹는다. 먹는다고 얘기했더니 구급대원들이 끼는 파란장갑에 내가 말한 증세를 메모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숨을 쉬는 연습을 했다. 
 
 아무래도 회사에 119를 신고했기에 그날 퇴근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를 구경하러 왔다. 정말 얼굴을 보니 다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급대원이 그들을 사라지게 해줬다. 너무 고마운 사람.. 다음 질문으로는..
 
- 여기가 어딘지 인지하겠는지
- 이름이 뭔지
- 나이는 뭔지
- 혹시 이 증세가 전에도 있었는지. 이번이 2번째인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회사 다니기 전에는.) 
 
뭐 이런 얘기들이었다. 다음으로 경찰이 왔다. 경찰은 여자분이었다. 경찰분이 119신고가 온 경우 적을 게 있어서 왔다고 설명해주고 나한테 물어봤다. 사실 더 정중한 말투로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똑같이 여기가 어딘지, 이름이 뭔지, 나이는 뭔지, 어쩌다가 그랬는지 말했다.  혹시 이 증세가 전에도 있었는지 역시도 똑같이 물어봤다.
 
이제는 소방관 중에서도 오래 되신 분이 같은 걸 물어보셨다. 이분도 뭔가 또 적어야 하는 게 있어서 나한테 물어본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분은 더 기억이 안 난다.. 질문했다는 점은 확실히 기억나지만..) 그래서 또 같은 질문을 답변했다. 오래 되신 분이 나를 병원에 싣고 가려고 가져온 침대 같은 거? 그.. 사람 끄는 거..? 아무튼 그걸 접고 계셨다. 나의 혈압, 호흡 다 담당한 구급대원 분이 인상 깊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이번이 처음시면서 처음에 바로 공황장애이신 거 같다고 말씀해드릴 수는 없지만 정신과 의사분을 한 번 만나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과호흡 증세가 오신 건 확실하시거든요. 절대 이상한 거 아닙니다. 지금 너무 호흡 너무 잘하고 계세요."
 
나는 조울증 이후로 또 정신병으로 정신과에 가게 되었다. 
 
하하하...
 
구급대원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이라고 해야하나 알림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게 울렸다. 그리고 구급대원이 내 상태를 보더니
 
"혹시 혼자 사세요..?"
"저 엄마랑 같이 살아요."
"아 다행이다. 혹시 집에 혼자 가셔야 해요? 어머니 오실 수 있나요?"
"출퇴근 왕복 4시간 걸려서 못 와요.."
"아... 혹시 혼자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라고 대화했다. 구급대원은 천천히 혈압 재던 걸 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10분정도 더 호흡 진정하셔야 해요. 다른 곳에서 쉴까요? 저희가 또 연락이 와서 가야할 거 같아요. 물론 또 언제든 과호흡 증세가 오시면 저희에게 연락하세요. 저희는 언제 어디든 출동합니다." 
 
라고 해주는데 또 울뻔했다. 너무 고마워서... 한국은 진짜 뭐하고 있지.. 소방대원에게 가장 높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라.. 진짜 사람을 살려주는데.. 아 진짜.. 목숨을 살려준 은인... 소방관의 대우를 개선하라 진짜.
 
 화장실에 나가자 직원들이 날 쳐다봤다. 진짜 너무 싫어.. 나는 빈 휴게실에서 쉬었다. 높으신 분들과 잠깐 대화를 했다. 아오 싫어.. 그들은 내 눈치 보는 척 내 시야에서 잠깐 얘기하고 사라졌다. 직원 중에서 하나는 "괜찮으세요..?"하고 슬픈 눈으로 봐주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너무 힘들어져.. 어후..
 
엄마한테 전화했다. 단짝 친구에게 바로 전화했다. 총 2번 전화했다.
 
 그리고 집 가면서 내일 정신과에 연락해볼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원래 피곤해서 버스에서 자주 잤다. 하지만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나를 이렇게 죽을 거 같은 공포감에 빠지게 한 저들이 너무나 미웠다. 나 자신이 어떤 상황에 숨막히고 아파지는지 아주 잘 알게되었다. 
 
하하... 
나 자신이 먼저야 모든..
 
사람이 좋지만 사람이 너무 밉다.
 
 

글쓰면서 알게된 사실.. 내 신고전화가 녹음되었다... 
차마 못 듣겠다.. 
 
119를 신고해보니까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