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부모에게 커밍아웃

우리 엄마는 그 당시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엄마가 다니는 교회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교회였다. 예배에서 혐오발언을 마구 내뱉은 교회였다. 엄마는 그냥 그걸 듣고만 있었다. 화내지 않았다. 화내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상한 동성애자들을 위해 우리 다 함께 기도합시다!"
이런 말을 정말 잘했다.
나는 억울했다. 내 사랑은 절대 그런게 아닌데. 이성이 아니라 동성에게 사랑이 간다는 거 외에는 나도 다를 거 없는 사랑인데. 그때는 무슨 용기였는지.. 예배 끝나고 목사와 전도사에게 찾아가서 왜 동성애자에 대해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목사와 전도사는 내가 유별나다는 듯 바라봤고 아무렇지 않게
"하나님이 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젊은 친구들이 특히 착각이 참 많아요~"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감히.. 이성애자들은 참 오만한 대답을 한다.
나는 커밍아웃을 "분노감"을 시작으로 하게 되었다. 당사자가 주변에 없는 줄 알고 막말을 하는데 제발 그 막말을 하지 말라고. 내가 안 보고 안 들리는 곳에서까지 말하는 건 막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는 곳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싶지 않아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처음에 당황했다. 부정하는 뜻으로 "뭐라고? 아니지?" 이렇게 반응했다. 그러다가 일단 알겠다는 듯 "어. 그래."하고 말을 끊었다. 그러다가 나를 이제 이성애자로 정체성을 강제 지정했다.
"너는 이성애자잖아."
"너는 그래도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되면 남자와 결혼을 할 거 잖아."
나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집에 쫒겨나지 않았다. 하지만 커밍아웃 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꼭 해주고 싶다. 무조건 보호자에게 커밍아웃은 초기에 그 기대감을 끊어나라. 완전히 이해는 못해도 너는 그 정체성이잖아."소리가 나오게 잊을만하면 언급하고 잊을만 하면 언급을 해라. 귀에 딱지가 앉게 얘기하니까 엄마가 그랬다.
"내 딸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뭐."
그게 5년 걸렸다...
- 여자 연예인 좋아하는 모습 보여주기
- 여자 이상형 밝히기
- 여자랑 사귄 얘기 풀기 (이건 좀 많이 못 믿었다. 그래도 무시하고 꿋꿋하게 행복함 그대로 전했다. 동성애도 똑같구나~ 연애하는 건. 이런 반응을 보였다.)
- 성소수자 친구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언급. (개인정보x. 내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 많아!"식의 언급o.)
- 성소수자 인권 시위 모습 보여주기. 평화 시위 모습 보여주기.
- 책에서 본 거 언급하기.
이제 커밍아웃하게 되면 아는 척을 하게 된다. 자기가 봐왔던 성소수자 이미지를 막 얘기한다.
- 성관계 중독
- 괴팍함
- 예민함
- 이해 안 됨
- 어려움
- 특이함
- 홍석천
등등.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 나는 이미 5년 동안 엄마의 인식을 바꿔봤기에 이것 역시도 하나 하나씩 집어줬다. 일부로 레즈비언 사례도 얘기하면서 고쳐나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면 우리 엄마는 인식개선에 완전히 성공시킨 거 같지만 절대로 아니다. 내 여자친구 문제로는 간섭이 심하다.
"나는 너 같은 여자는 너 하나로 족해."
"너만 이해하고 싶어."
"난 며느리를 들이고 싶지 않아."
라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이거는 좀 말하다가 폭발해서 소리지르는 중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 경제적인 여유도 그렇고 지금 마음적인 여유가 없어서 지금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발언은 그냥 여자친구를 사귀고 무작정 데려오는 것으로 해결할까도 싶다.
엄마의 인식 중에 나 말고 다른 레즈비언을 향해 더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현실을 직면시켜야겠다 싶다...
보호자와 커밍아웃 문제는 너무나 변수가 많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고 고민중인 성소수자에게 내 커밍아웃 사례가 도움되길 바란다..